긍정 표현으로, 차근차근 부탁하기

1. 긍정 표현으로 부탁하기

제가 서른 다섯 살 정도 되었을 때로 기억합니다. 사람들이 즐겨쓰는 표현 중 "~해주면 안돼?"라는 말들이 유난히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들과 주고 받는 말들을 바꾸어보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제 조카들이었습니다. 조카가 "삼촌, 이것 좀 해주면 안돼요?"라고 했을 때, 제가 "그래. 그런데 앞으로는 '이것 좀 해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면 해줄게."라고 했습니다. 조카가 그렇게 말하고 저는 그걸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조카가 또 "~해주면 안돼요?"라고 하면, "다음에 말을 바꾸어서 하면 해줄게. 단, 이번에는 안되고." 라고 해서 조카들이 저한테 하는 표현을 고쳤습니다. "~해주면 안돼요?"라는 말이 습관이 된 듯했던 조카들이었지만, 저한테 말을 할 때는 꽤 신중하게 가려서 했습니다.

그 후 결혼하고 나서 아내와 대화할 때도 그 방법을 썼습니다. 그래서 저와 아내는 지금까지도 "~해줄래요?", "~해주면 좋겠는데요?" 등의 표현을 씁니다.


2. 차근차근 부탁하기

첫째 아이가 태어나서 말을 시작했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게 있으면 다급한 표정과 몸짓으로 소리를 지르며 떼를 쓸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아빠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아빠한테 천천히 웃으면서 말하면 알아들을 수 있는데."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어색하게 짓는 웃음 짓는 표정으로 천천히 말을 했고, 저는 해달라는 것을 해 주었습니다.

한번은 자기를 안고 가서 책장 윗부분을 보여달라고 할 때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대충 얹어둔 사진 액자를 보고 싶어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이가 막무가내로 "아빠, 저기 저기."라며 보채길래, 저는 아이한테 "끊어서 얘기하면 아빠가 해줄게."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제가 하나하나 설명을 했습니다.
"자, 먼저 '아빠, 일어서 주세요.' 해봐."
"그러니까 아빠가 일어섰지? 이제는 '아빠, 안아 주세요.' 해봐."
"아빠가 안았지? 이제는 (손으로 책장을 가리키며) '아빠, 저기로 가주세요.' 해봐."
"이제 우리가 여기까지 왔지? (손으로 액자를 가리키며) '아빠, 이거 좀 주세요.' 해봐."

요즘은 주말 아침에 저는 늦잠을 자고 싶지만, 네살이 된 아이는 6시~7시 사이에 저를 깨웁니다. 그리고는 순서대로 저한테 말을 합니다.
"아빠, 일어나요."
"아빠, 날이 환해요. 일어나요."
"아빠, 침대에서 내려와요."
"아빠, (손 내밀며) 내 손 잡아요."
"아빠, (방문을 가리키며) 거실에 나가요."
"아빠, 여기 앉아요."
"아빠, 공놀이 해요."

가만히 보니 제가 로우볼 테크닉(low-ball technique)을 가르친 것도 같고.. 그렇습니다.

※ 로우볼 테크닉 (출처: http://goo.gl/XcSDCN)

  • 나는 내일 아침 일찍 나의 거래처 담당자인 김과장과 함께 등산을 가야만 한다. 그런데 그 담당자는 등산은 건강에 좋은 거니 갈 것 같지만, 아쉽게도 아침잠이 매우 많은 친구이다. 
  • 설득방법 1
    A: 김과장님, 내일 아침 5시에 관악산 등산이나 가시죠. 뭐 몸도 챙길 겸... 홍과장도 나오기로 했습니다.
    B: 아 네... 근데 제가 아침 잠이 너무 많아서... 좀 힘들 것 같은데요.
  • 설득방법 2
    A: 김과장님, 몸도 찌뿌둥한데, 몸도 챙길겸 등산이나 가시죠?
    B: 그거 잘됐네요. 그러죠.
    A: 그럼 내일 아침 5시에 관악산 입구에서 만나죠. 홍과장도 같이 나오기로 했습니다.
    B: (허걱 낚였다) ... 네.

댓글

  1. 제가 이 글을 구글플러스에 올리자 마자 어느 분이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그 내용을 댓글로 옮깁니다. http://goo.gl/tshAvu

    Brian Moon: 저는 '아빠가 해줄게' 대신 '아빠가 도와줄게'라는 말을 쓰고 있어요. 행동의 주체는 아이 자신임을 인식하도록 의도적으로 쓰는데 실제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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