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온점이 마침표로, 반점이 쉼표로

저는 1979년에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문장부호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바둑판 무늬 공책을 쓰던 때가 있었는데 ...)

제가 처음 배울 때, 위의 문장부호의 이름은 왼쪽부터 "마침표, 쉼표, 물음표, 느낌표, 마침표와 큰따옴표 닫기"였습니다.

제가 중학교를 졸업하던 때인 1988년 초에 "한글맞춤법" 규정이 제정되었습니다. 정확히는 1988년 1월 19일에 당시 문교부가 제88-1호로 고시했고, 이 규정은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1989년 3월 1일부터 시행되습니다.

이 규정에서는 부호의 이름을 다르게 했습니다.
  • 그 전의 "마침표"를 "온점"이라 하고, "온점(.), 물음표(?), 느낌표(!)"를 묶어서 "마침표"라고 합니다. (참조: http://goo.gl/SyaFLB)
  • 그 전의 "쉼표"를 "반점"이라 하고, "반점(,), 가운뎃점(·), 쌍점(:), 쌍반점(;)"을 묶어서 "쉼표"라고 합니다. (참조: http://goo.gl/eYJDV)

이제 저처럼 맞춤법에 예민한(^^) 사람은 제법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 "온점(.)"도 "물음표(?)"도 "마침표"이기 때문에, "이 때는 마침표가 아니라 물음표를 써야 한다"라는 문장은 맞지 않습니다. "온점 대신 물음표"라고 해야 맞습니다.
  • 또, "반점(,)"도 "가운뎃점(·)"도 "쉼표"이기 때문에, "이 때는 쉼표가 아니라 가운뎃점을 써야 한다"라는 문장은 맞지 않습니다. "반점 대신 가운뎃점"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의사소통이 힘들어집니다. 다들 물음표는 마침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운뎃점은 쉼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규정에 맞지 않게 말을 해야 의사소통이 됩니다. 

그러던 차에 어제 국립국어원의 트위터 @urimal365 를 통해 운영하는 온라인 소식지 http://www.urimal365.kr 를 알게 되었습니다. 명칭은 "쉼표, 마침표"입니다. 반점이 쉼표의 일종이고, 온점이 마침표의 일종이기는 합니다만, 이미지만 봐서는 "반점, 온점"이 정확합니다. 본 김에 국립국어원에 아래와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오늘 답신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반가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한글맞춤법 규정의 문장부호 부분이 실제 언어생활과 차이가 크다고 판단하고, 개정안을 마련해서 공개했고, 공청회 등의 절차도 거쳤습니다. 아직 개정 작업이 끝나지는 않았습니다만, 임박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행입니다.

1989년부터 2014년까지, 25년만이 지났습니다. 어떤 규정이 사람들의 생활에 들어가지 못하면, 이렇게 최후를 맞습니다. 맞춤법 규정만이 아니라 모든 법규가 그러할 것입니다.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항상 유의해야 할 일입니다.

댓글

  1. 안녕하세요?

    맞춤법에 대한 소소한 내용보다는 마지막에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 한 줄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말씀하신 내용에 동의하는 바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시민 정서에 의해서 좋은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물론 그 반대되는 경우가 더 많은 조명을 받기는 하지만요. 균형이라는게 혹은 합리적이라는게 쉽지 않은 일임을 다시 한번 떠올립니다.

    이상 저의 상념이었습니다.

    (아, 저는 TED 의 Bang 입니다. 국어원 홈페이지를 검색하다가 성함이 보였습니다. 누구실까 싶어서 구글로 뒷조사(?)를 해보다가 누르고 들어온 곳이 이 블로그입니다. 여기까지만 보고 더 이상은 찾지 않으려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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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의견을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 TED 활동을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뒷조사(!)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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