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자식 사이 vs 학교 성적

제가 며칠전에 "아이에게 꾸지람 할 때와 안 할 때"라는 글을 썼습니다. 첫문단에 이렇게 썼습니다.

이제 겨우 네 살과 두 살인 두 아이를 키우면서 늘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건강하고 착하기만 하면, 나한테 꾸지람을 듣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창으로 햇볕 든 어느 날 오전, 두 아이의 일상)

실제로 제가 아이들을 보면서 이 생각을 자주 합니다. 저는 매주 한두번은 제 아내와 이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저와 제 아내가 아이들과 사이가 좋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부모 자식 사이가 나빠지는 원인 중 하나는 학교 성적입니다. 선행(善行)에 처음 눈떠야 할 어린 나이부터 몇년 후에나 익힐 것을 선행(先行) 학습하게 하면, 무엇보다도 아이가 힘들어 하고, 부모에게는 금전적 부담이 됩니다. 그것을 감당하기 위해 아이는 원하지도 않는 학원에 오랜 시간 묶여 있고, 부모는 맞벌이와 부업을 하느라 집을 비웁니다. 이래서는 부모 자식 사이가 좋기 힘듭니다.

제 아이가 자라면서 만약 건강하지 않다면, 저는 무척 슬프고 불행할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음식, 자세, 운동에 관해 늘 신경을 써서, 고르게 먹고 좋은 자세로 생활하며 적절한 운동을 하도록 가르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 아이가 자라면서 만약 착하지 않다면, 저는 무척 슬프고 불행할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어른에게 예의 바르고, 친구와 이웃을 배려하고, 필요할 때 양보하며, 바르고 고운 말을 쓰도록 가르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제 아이가 자라면서 건강하고 착하다고 가정하고, 부모 자식 사이가 좋은지 여부와 학교 성적이 좋은지 여부를 가지고, 다음 네 가지 경우를 구성해 보았습니다.
  1. 부모 자식 사이가 좋지 않고, 학교 성적도 좋지 않다면 -- 저는 무척 슬프고 불행할 것입니다.
  2. 부모 자식 사이가 좋지 않은데, 학교 성적은 좋다면 -- 저는 무척 슬프고 불행할 것입니다.
  3. 부모 자식 사이는 좋은데, 학교 성적은 좋지 않다면 -- 저는 아이를 지켜보면서 자주 대화하면서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4. 부모 자식 사이가 좋고, 학교 성적도 좋다면 -- 저는 아이를 지켜보면서, 자주 대화하면서,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위 내용 중 1번과 2번은 무엇이 더 나쁜지를 가리기 힘들 정도로 슬프고 불행한 일입니다. 부모 자식의 사이는 학교 성적 때문에 멀어지기에는 너무나 소중합니다. 그걸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은 자식에 대한 나름의 사랑 때문에 공부를 강요하고, 그러다가 가정 내에 불화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거나, 돌이키기 힘든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후회를 합니다.

그에 비하면 3번은 걱정할 일도 아닙니다. 제가 15년 남짓 사회 생활을 하면서 크게 느낀 것이 몇가지 있습니다. 학교 성적이 좋았으나 불행한 사람이 많았고,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았으나 행복한 사람 또한 많았습니다. 또한 직장에서 보니, 어떤 사람이 얼마나 일을 잘 하는지는 그 사람의 과거 학교 성적보다 그 사람의 현재 태도와 더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학교 성적 때문에 집에서 꾸지람을 듣는 일은 없도록 할 생각입니다. 만약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배우기를 좋아하고, 그 대상이 불건전한 것이 아니라면, 아이가 그것을 배우는 것을 돕겠습니다. 특별히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있고 그것이 불건전한 것이 아니라면, 그것을 잘 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아이를 위해서 이렇게 하려 합니다.
  1. 아이가 건강하고 착하게 자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2. 부모와 아이가 서로를 믿고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제 시간과 관심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3. 학업과 관련해서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을 지원하되, 학교 성적 때문에 부모와 사이가 멀어지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4. 아이가 좋아하지 않는 사교육은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거기에 쓸 수도 있었을 금전적 여력이 있다면,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와 함께 여행하는 경험을 자주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사용하겠습니다. 그러고도 남는 것이 있다면, 아이가 커서 직업을 가지고 결혼을 준비할 때 금전적 부담을 적게 느끼도록 하는 데 보태겠습니다.

제가 특히 경계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내가 더 편해지기 위해, 아이를 꾸지람하는 것 (이것에 관해서는 제가 "아이에게 꾸지람 할 때와 안 할 때"에서 썼습니다.)
  2.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과 함께 대화하고 여행하는 시간을 자주 만들지 않는 것
  3. 부모 자식 사이가 멀어지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아이의 학교 성적을 높이기 위하여 어떤 일을 추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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