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독서활동 지원을 위한 민관협업 (일명 점자책 프로젝트)

2017년 11월 2일 목요일 오전 10시에 "시각장애인 독서활동 지원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왼쪽부터 1. 김호식 (사)한국시각장애인도서관협의회 회장 / 2. 이상준 (재)3·1문화재단 사무국장 / 3. 이인학 국립장애인도서관 관장 / 4. 김주윤 (주)닷 대표 / 5. 김병희 예스이십사(주) 도서사업본부장 / 6. 박성호 행정안전부 정부혁신기획관 / 7. 서주현 행정안전부 협업정책과장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게 점자책 하나를 새로 제작하는 데 그간 통상 석 달 이상 걸렸습니다. 하지만 최근 점자도서관, 기업, 공익재단, 정부기관이 협업한 결과, 앞으로는 인문학 분야에서는 신간 서적이라 할지라도 하루만에 점자책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 제작 비용이 크게 줄고, 책의 종수가 대폭 늘어나, 다양한 점자책을 기다리던 시각장애인들에게 무척 반가운 소식일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새로 점자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중에 나온 책을 펴놓고 점자도서관 직원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컴퓨터에 타이핑하는 일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전자파일을 책과 대조하며 1차 교정하고, 시각장애인이 촉각으로 읽을 수 있는 점자로 바꾸고, 다시 2차 교정하는 데 짧게는 석 달, 길게는 반 년까지 걸렸습니다.

이번 협업에서는 새로운 접근방법을 통해 이 과정에서 걸리는 기간을 불과 몇시간으로 줄였습니다. 먼저 대부분의 책이 전자책으로도 발간되고 있다는 점에 점에 착안했습니다.

  1. 국내 최대의 온라인 도서 유통 회사인 ‘예스24’(대표 김기호·김석환)가 가지고 있는 대규모 전자책 콘텐츠를 활용함으로써 타이핑과 1차 교정을 건너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표나 그림이 없는 인문학 분야의 문학류, 철학서 등으로 한정하였습니다. 예스24는 점자책 발간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지원하고, 출간 도서 해당 저작권 출판사와 점자책 출간 협의를 맡습니다. 점자책 제작에 저자 인세 등 출판사 지급 금액 외에 수익을 붙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2. 전자책 데이터를 점자로 바꾸는 부분은 ‘닷 워치’라는 점자 스마트 시계를 만든 스타트업 ‘닷’(대표 김주윤)이 담당했습니다. 지난 3월 국립특수교육원이 발간한 점역출판매뉴얼의 내용을 꼼꼼하게 반영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함으로써, 점자 변환과 2차 교정에 걸리던 시간을 아꼈습니다. 닷은 이 소프트웨어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향후의 기술지원도 약속했습니다.
     
  3. 국내 최초의 공익 재단법인인 3·1문화재단(이사장 김기영)은 지난달 25일 이사회를 열고, 점자도서관과 맹학교를 위해 점자책을 보급하고 디지털 도서 자료인 데이지(DAISY)를 제작하는 데 2억원을 후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4.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도서관협의회(회장 김호식)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점자책과 데이지 자료가 전국의 많은 점자도서관과 맹학교에 원활히 지원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5. 행정안전부(장관 김부겸)와 국립장애인도서관(관장 이인학)은 지난 6월부터 이번 민관협업의 구성을 위해 관계기관들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 왔고, 향후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입니다. 

여섯 개 기관의 참석자들이 협약서에 서명

매년 11월 4일은 한글 점자의 날입니다. 2017년에는 11월 2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점자의 날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이날 점자체험 부스도 마련되었는데, 기념식에 참석한 시각장애인 등이 원하는 인문학 분야의 책을 즉석에서 신청받아 전자책 콘텐츠를 활용하여 점자책으로 인쇄하는 과정을 선보였습니다. 



앞으로 전국의 점자도서관과 맹학교로부터 점자책 신청을 받아 무료로 보급하는 일을 시작합니다. 예스24가 제작하고, 3·1문화재단이 그 비용을 지원합니다. 나중에는 시각장애인 개인으로부터 구매 요청이 있을 경우 저작권자 및 출판사와 협의를 거쳐, 유통 마진을 제외하고 실비 수준으로 점자책을 판매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위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이 구상은 2017년 11월 기준입니다.)
  1.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전국의 점자도서관, 맹학교에 안내합니다.
  2. 점자도서관, 맹학교가 3·1문화재단에 점자책을 신청합니다.
  3. 3·1문화재단이 그 목록을 예스24에 보냅니다.
  4. 예스24는 전자책이 있고 텍스트 위주인 책을 점자책으로 제작한 후, 점자도서관, 맹학교에 점자책을 보냅니다.
  5. 3·1문화재단은 그렇게 점자도서관, 맹학교에 보급된 점자책에 대해 제작비용을 예스24에 지원합니다. (이 과정에서 예스24는 유통 마진을 붙이지 않습니다. 3·1문화재단은 점자도서관, 맹학교에 점자책을 현물기부하는 형태가 됩니다.)
  6. 닷은 전자책 텍스트를 점자파일로 변환하는 점역엔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향후 점자규정이 업데이트되는 것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기술지원을 합니다.



이 협약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은 이러했습니다.
  1. 2017년 5월, 저희 행정안전부 협업정책과가 점자도서관 간의 협업에 대해 검토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전자책 데이터로 점자책을 만들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6월부터 8월 사이에는 국립장애인도서관, 예스24, 닷(Dot)을 방문하여 협업 계획을 설명하고, 세부방안을 논의했습니다.
     
  2. 위 1번의 협업 내용을 고려대 김태일 교수님이 저로부터 들으시고, 이 분이 2017년 7월 25일에 발간하신 책 "한국 경제, 경로를 재탐색 합니다" 끝부분에 소개하셨습니다.
     
  3. 위 2번의 책을 소개하는 카드뉴스가 2017년 8월 10일에 나왔는데, 위 1번의 협업을 중심으로 한 "공무원이 생각했다. '구글이나 애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였습니다. (원래의 링크가 지금은 연결이 안되어, 다른 곳에 옮겨진 것으로 대신 링크했습니다.)
     
  4. 위 3번의 카드뉴스를 보고, 매일경제 이윤재 기자님이 저를 인터뷰한 기사 "시각장애인에게 새로운 점자책 세계 '선물'"이 2017년 8월 19일 보도되었습니다.
     
  5. 위 4번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3·1문화재단의 이상준 사무국장님이 제게 연락하셔서, 후원하는 방안에 대해 상의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 10월 25일 3·1문화재단 이사회가 2억원을 후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6. 2017년 10월 30일에는 행정안전부가 한국시각장애인도서관협의회(하상장애인복지관)를 방문하여 협의했고, 한국시각장애인도서관협의회가 여러 점자도서관을 대표하여 협업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7. 2017년 11월 2일에는 여섯 기관이 모여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기사: [매일경제] 시각장애인용 점자책, 하루만에 만든다)


    (아래 내용은 2018년 11월 2일에 추가했습니다.)
     
  8. 위의 업무협약이 이루어지고 딱 1년 후인 2018년 11월 2일 드디어 "YES24 점자책 서비스 BETA " 페이지가 개설되었고, 이제 예스24에 점자책 를 통한 점자책 주문, 제작, 배포가 시작되었습니다. (기사: [매일경제] 예스24, 시각장애인 위한 '점자책' 서비스 한다)

점자책 주문 가능 기관
  • 장애인 도서관, 점자 도서관, 특수학교 도서관, 공공도서관 장애인자료실 등 시각장애인의 독서활동과 관련된 공공기관 및 그에 준하는 기관에서 주문이 가능합니다.
점자책 가격
  • YES24는 실제 제작비만 반영합니다. 주문 금액은 3.1문화재단이 후원하고, YES24와 직접 정산합니다. 따라서 위의 기관은 별도로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됩니다.
주문 가능 도서 목록
(위는 2018년 11월 2일 현재 http://www.yes24.com/campaign/01_Book/2018/Braille/0911Braille.aspx)

Steve Jobs가 Stanford University에서 했던,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s. So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You have to trust in something — your gut, destiny, life, karma, whatever. This approach has never let me down, and i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in my life.” - Steve Jobs

위 말처럼 이 프로젝트가 지금의 모습까지 이어져 온 과정을 저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되돌이켜 보면서 무척 신기해 하고 있습니다. 한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놀라고 감사했습니다. 결실이 나와 기쁩니다. 협업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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