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상하, 앞뒤 - 용어의 일관성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2018년 7월 3일에는 러시아 월드컵이 한창이라서, 뉴스를 통해, 또는 중계를 통해 "전반전"(前半戰)과 "후반전"(後半戰)이란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한편 지난주까지는 2018년 "상반기"(上半期)였고, 이번주부터는 "하반기"(下半期)입니다.

둘 다 시간을 나타내는 말인데 하나는 전-후, 다른 하나는 상-하입니다.


1. 일년을 나눌 때와, 상당히 긴 기간을 나눌 때가 다르더군요.

저는 "2018년 상반기"를 "2018년 전반기"라고 하면 더 일관성이 있어서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하지만 보통은 "20세기 전반기", "임기 후반기"처럼 상당히 긴 기간에 "전반기, 후반기"를 쓰더군요.


2. 그런데 "중반"이라는 말도 씁니다. 

제가 사십대 후반이 아니라 사십대 "중반"이라고 우기는데, 한자로는 "中半"이 아니라 "中盤"입니다. (여기서 구태여 "盤"이란 한자가 사용되는 것은 "半"과 발음이 같기 때문일 거라고 저는 추측합니다.)
  • 전반 [前半]: 전체를 둘로 나누었을 때, 앞의 절반
  • 후반 [後半]: 어떤 기간을 둘로 나누었을 때, 뒤의 절반.
  • 중반 [中盤]: (1) 어떤 시기의 중간쯤 되는 단계. / (2) (기본의미) 게임, 경기 등의 중간쯤 되는 시간. 또는 초반이 지나고 본격적인 대전으로 들어가는 국면.

3. "뒷날"은 미래인데, "앞날"도 주로 미래입니다.

"전"은 과거, "후"는 미래입니다.
  • "전"(前)은 언제나 지나간 과거를 표현할 때 씁니다. "전일, 전날"은 과거입니다.
  • "후"(後)는 언제나 다가올 미래를 표현할 때 씁니다. "후일, 훗날"은 미래입니다.
  • 역사를 서술할 때, 먼 과거를 먼저 서술하고, 가까운 과거나 현재 또는 미래에 관한 부분은 나중에 서술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먼저 서술한 것은 책의 앞표지에 가까운 앞부분에 있고, 나중에 서술한 것은 책의 뒤표지에 가까운 뒷부분에 나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과거에는 "앞/전"을, 상대적으로 미래에는 "뒤/후"를 쓰는 데 익숙한 듯합니다.
"앞"과 "뒤"를 날짜에 쓸 때, 저는 혼란을 느끼곤 합니다.
  • 제가 자주 접하는 표현은 "그의 앞날은 창창하다", "우리 뒷날을 기약하자" 등인데, 모두 미래입니다.
  • 먼저, "뒤"는 언제나 다가올 미래를 표현할 때 씁니다. "뒷날"은 미래입니다.
  • 다음으로, "앞"은 문맥을 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보통은 "앞날"을 주로 어떤 날보다 먼 미래를 표현할 때 쓰는데, 때로는 어떤 날의 하루 전이나 얼마 전, 즉 매우 가까운 과거를 표현하면서 "그 앞날"이라 하기도 합니다.
  • 2018년 7월 초를 기준으로, 구글 번역기와 네이버 파파고 번역기에 "앞날"을 넣어보니 모두 미래로 번역합니다. 우리 언어 사용이 그렇기 때문일 겁니다. 여러 문장을 만들어 보았지만, "앞날"을 과거로 번역하도록 하지는 못했습니다. 
이것을 도식화해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과거미래
순우리말앞날 (드물게)앞날 (주로)
뒷날
한자어전일 (前日)
전날
후일 (後日)
훗날


※ 사전에서 "앞날"이란 말은 다음 세 가지 뜻이 있습니다.
  1. (기본의미) 장차 나아갈 길. 또는 앞으로 살아갈 나날. (≒ 후일)
  2. 죽을 때까지 남은 세월.
  3. 이전의 어느 날. 또는 얼마 전. (≒ 전날)

(앞날이 창창한 아이들의 초등학교 뒤쪽 운동장)

"앞날"을 미래로 쓴 것은 우리의 눈이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있기 때문일까요. 이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듯, 항상 미래지향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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